국내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 될 ‘보령 해저터널’의 내부 모습. 다음 달 1일 전면 개통되면 충남 보령과 태안이 ‘10분 생활권’으로 묶이게 된다. 국토교통부 제공
국내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 될 ‘보령 해저터널’이 다음 달 1일 전면 개통된다. 총 6.9km에 해저 구간만 5.2km로 세계에서 5번째로 긴 터널이다. 29일 국토교통부는 충남 보령시 신흑동 대천항에서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를 연결하는 6927m 길이의 보령 해저터널(국도 77호선 보령∼태안 간 도로건설공사)의 모든 구간을 다음 달 1일 오전 10시부터 개통한다고 밝혔다.
이 해저터널은 2010년 12월 착공 이후 약 11년 만에 국내 시공기술로 완성됐다. 현대건설과 코오롱글로벌 등 총 13개사가 시공에 참여했다. 사업비는 4881억 원을 모두 국비로 조달해 통행료는 무료다. 전 세계적으로도 보령 해저터널보다 긴 해저터널은 일본의 도쿄만 아쿠아라인(9.5km)과 노르웨이의 뵘라피오르(7.9km), 에이크순(7.8km), 오슬로피오르(7.3km) 등 4개뿐이다.
보령 해저터널은 상·하행 2차로 분리된 터널이다. 국내 최초로 NATM공법(단단한 암반에 구멍을 내 화약을 장착한 후 폭발시켜 암반을 뚫는 공법)을 도입해 공사를 진행했다. 터널 개통 후에는 보령∼태안 구간(2019년 말 완공)과 연결된다. 이로써 기존에 1시간 30분 걸렸던 ‘보령시 대천해수욕장∼태안군 안면도 영목항’의 이동 시간이 앞으로는 10분으로 단축된다. 이윤상 국토부 도로국장은 “터널 개통으로 보령과 태안이 10분 생활권으로 연결됐다”며 “새로운 서해안 관광벨트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현장] '국내 최장' 보령해저터널…안전도 기대 이상
입력 2021.11.26 06:29 수정 2021.11.26 10:27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국도 77호선 '마지막 퍼즐' 착공 후 11년 만에 완공
터널 곳곳 방재설비 설치, 화재·침수 등 예방에 만전
서해안 新관광 랜드마크 기대감↑…다음달 1일 개통
4853억원 사업비 전액 국비, 통행료 없음
충남 보령해저터널은 국내 최장 규모에 세계에서 5번째로 긴 해저터널이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여기서부터 바닷속 구간입니다."
충남 보령해저터널은 국내 최장 규모에 세계에서 5번째로 긴 해저터널이다. 바닷속을 달리는 만큼 귀가 먹먹해지거나 답답함이 느껴질 거라 예상했지만 지상터널과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지난 25일 기자는 다음 달 1일 정식 개통되는 보령해저터널 현장을 찾았다. 이곳 터널은 지난 2010년 12월 착공에 들어간 이후 11년 만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현대건설 등 7개 업체가 시공을 맡았다. 총 4853억원의 국비가 투입됐으며 국가재정사업으로 진행된 만큼 통행료는 무료다.
터널은 부산에서 파주까지 이어지는 국도77호에서 단절된 보령~태안을 잇는 연결도로(총 14.4km) 중 대천항에서 원산도로 통하는 제1공구에 해당한다. 원산도와 안면도 영목항을 연결하는 제2공구 원산안면대교(1.8km)는 해상교량으로 지어졌으며 2019년 12월 먼저 개통됐다.
보령해저터널은 총연장 6.9km 중 순수하게 바닷속을 달리는 구간만 5.2km에 달하며 해수면에서 최대 80m, 해저면으로부터 최대 55m 깊이로 건설됐다.
보령해저터널은 총연장 6.9km 중 순수하게 바닷속을 달리는 구간만 5.2km에 달하며 해수면에서 최대 80m, 해저면으로부터 최대 55m 깊이로 건설됐다. 터널 내부 전경 및 원산도로 이어지는 상수도관.ⓒ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터널 공사에는 NATM(나틈) 공법을 적용했다. 화약을 터뜨려 암벽을 조금씩 깎아 들어가는 방식이다. 깎아낸 암반에는 콘크리트를 바르고 파쇄대(지지 철근)를 박아 보강했다. 해저터널에 NATM을 처음 적용한 사례다.
암반 틈으로 유입되는 바닷물을 막는 작업(그라우팅)과 병행해야 하는 탓에 공사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다. 균일하지 않은 지질조건을 극복해야 하는 난도 높은 공사인 만큼 시공사도 안전사고 예방에 특히 공을 들였단 설명이다. 지진규모 6에도 견딜 수 있는 1등급 터널로 설계됐다.
이곳 현장 감리단장을 맡은 이상빈 제일엔지니어링 기술사는 "관련 경험이 많았다면 자만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경험이 없다 보니 안전하게 시공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며 "불과 2m를 굴착하는데 꼬박 한달이 걸린 적도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공사 중 침수사고에 대비해 방수문도 설치했으나 지난 11년간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다. 다만 해저터널 특성상 완공 이후에도 계속해서 암벽 사이로 해수가 유입된다. 이 때문에 터널 내 도로 지하에는 대규모 집수정과 배수시설도 건설됐다.
상시 운용되는 2대의 배수펌프가 시간당 유입되는 407톤의 바닷물을 터널 밖으로 내보낸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상시 운용되는 2대의 배수펌프가 시간당 유입되는 407톤의 바닷물을 터널 밖으로 내보낸다. 펌프 고장 시 발 빠른 대처를 위해 예비 펌프 4대도 설치됐다. 집수정에 넘실거리는 물을 바라보니 그제야 바닷속에 들어와있음이 실감났다.
바다 밑으로 연결된 터널인 데다 길이도 상당한 만큼 화재·침수사고 발생에 대비한 다양한 방재시설도 눈에 띄었다.
터널 상·하행선을 이은 차량갱은 660m 간격으로 10개소, 대인갱은 220m 간격으로 21개가 있다. 비상구 유도등은 큼지막하게 부착돼 가시성을 높였고 유도등에 사람이 뛰어가는 표시를 인접한 대피로를 향하도록 그려 사고 발생 시 직관적으로 가까운 비상구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보령해저터널은 국도77호의 마지막 퍼즐이다. 터널이 개통되면 1998년 '서해안 산업관광도로 기본계획' 수립 후 23년 만에 국도77호가 끊김 없이 완전히 연결된다. 이곳을 통하면 기존 1시간30분가량 소요되던 대천항에서 안면도 영목항까지 1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일대 지역 연계성을 강화한 것과 더불어 원산도 주민들의 고질적인 물 공급 문제도 해소될 전망이다. 그간 주민들은 바닷물을 퍼올려 염분과 유기물질 등을 제거(해수담수화)해 생활용수를 사용해 왔는데, 앞으로는 터널에 설치된 상수도관을 통해 보령시로부터 깨끗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대천해수욕장과 원산도, 안면도 꽃지해변 등 28개 해수욕장과 안면도 휴양림 등 풍부한 관광자원이 연계된 서해안의 새로운 관광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며 "너무 큰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