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펀드 1000만원 7년간 묻었더니...수수료 155만원떼고 2만원 남아
    일상 2015. 3. 6. 10:58

    1000만원 7년간 묻었더니…수수료 155만원 떼고 2만원 남아
    "高수수료에 수익 다 까먹어" 눈물의 펀드 환매
    손실나도 수수료 매년 떼어가는데 펀드 가입자 사후관리는 나몰라라
    기사입력 2015.03.05 22:36:15| 최종수정2015.03.06 08:15:15
    보내기


    ◆ 대한민국 펀드보고서 (上) ◆

    [사례 1 ] 2008년 1월 '슈로더브릭스' 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던 4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초 눈물을 머금고 7년 만에 펀드를 환매했다. 지난해 인도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펀드 수익률이 다소 회복됐지만 러시아와 브라질의 경우 올해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7년간의 투자 끝에 그가 돌려받은 돈은 730만원 남짓이었다. 펀드 운용에서도 손실이 났지만 그에 못지않은 투자비용이 원금손실이 커진 원인이었다.

    [사례 2] 2009년 1월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에 투자한 30대 직장인 B씨 역시 마찬가지다. 2008년 9월 첫 출시된 이 펀드가 유망하다는 얘기를 한 외국계 은행 영업점에서 듣고 전세금 인상에 대비해 모아둔 돈 1000만원을 투자했지만 6년이 지난 지난달 그가 펀드 환매로 돌려받은 돈은 원금에서 몇십만 원이 모자랐다. 운용수익보다 더 많은 보수 때문이었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주요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상당수가 7년이 넘도록 거의 수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이 나지 않아도 매년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높은 판매보수가 저조한 펀드 투자 수익의 주범인 것으로 파악됐다.

    5일 매일경제신문은 펀드평가사 제로인 등에 의뢰해 금융위기 전후 국내에서 개별 펀드당 2조원 안팎으로 많이 팔린 주요 5개 펀드(C클래스 기준)에 2008년 1월 1일 각각 1000만원씩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2014년 말까지 7년 동안 누적 비용과 수익을 시뮬레이션해봤다. 그 결과 2008~2014년 7년 동안 평균 투자비용(총보수)은 155만770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5개 펀드의 평균 운용수익은 157만7548원으로 투자자들이 비용을 제외하고 실제 손에 쥔 돈은 2만6777원에 불과했다. 투자기간과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수익은커녕 오히려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5개 펀드의 7년간 연평균 판매보수는 1.22%, 운용보수는 0.86%, 수탁보수와 일반보수 등을 합한 총보수는 2.24%로 나타났다. 높은 펀드 투자비용의 주범이 판매보수였던 셈이다. 앞선 사례에서 직장인 B씨가 가입한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의 경우 2009년 1월 1일 1000만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6년간 누적 운용수익이 약 179만원이지만 총 투자비용이 약 203만원으로 결과적으로 24만원가량 손실을 기록했다. 투자비용의 절반이 넘는 113만원은 판매보수였다.

    2007년 하반기 출시돼 한 달 만에 5조원을 끌어모은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의 경우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7년 동안 176만원의 운용수익이 발생했다. 하지만 운용보수와 판매보수 등으로 같은 기간 163만원이 쓰이면서 투자자가 실제 손에 쥔 돈은 13만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의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20만원 안팎의 비용이 빠져나간 탓이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만약 이 펀드들의 판매보수가 좀 더 낮았다면 어땠을까. 지난해 4월 처음 문을 연 온라인 펀드가입 창구인 '펀드슈퍼마켓'의 평균 판매보수는 0.35%다. 만약 5개 펀드를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7년간 평균 투자비용은 약 88만원, 실제수익은 70만원 정도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펀드 투자에 있어 판매 보수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증명하는 사례다.

    지난해 판매보수가 늘어난 것은 국내주식형 펀드의 평균 판매보수가 0.84%로 전년 대비 14bp나 증가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판매 상위 10개 국내주식형 펀드의 평균 판매보수는 1.14%로 평균 운용보수(0.66%)의 1.7배 수준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펀드 상품의 주도권을 판매사인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신규로 많이 팔린 배당주나 가치주 펀드의 주요 운용사들이 증권사의 자회사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선취수수료가 없는 C클래스 기준 지난해 많이 팔린 국내주식형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신영프라임배당'과 '신영고배당' '트러스톤밸류웨이' 등 3개 펀드의 최초 판매보수가 1.50%로 가장 높았다.

    운용보수가 판매보수보다 높은 펀드는 직판 시스템을 운영 중인 독립계 자산운용사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 1개에 불과했다.

    전 세계 펀드 시장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공모 펀드의 연간 최대 판매보수 한도가 1%로 제한돼 있고, 실제 보수율은 0.25% 안팎이다. 미국자산운용협회(ICI)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의 판매보수와 운용보수 등을 합한 총보수율은 2013년 기준 평균 74%다.
    미국은 자문보수가 별개여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판매보수에 자문보수가 포함된 셈인 한국의 경우 보수는 높은데 사후관리는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투자자의 수익률이나 자산관리보다는 '수수료 따먹기' 식의 판매 환경이 바뀌지 않고서는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기준금리 2%의 저금리 환경에 연간 2%에 육박하는 펀드보수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펀드 판매와 사후관리에 있어 새로운 변화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Designed by Tistory.